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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도서 리뷰] 피, 땀, 리셋: 게임 개발 속 숨은 영웅들의 이야기

by 해피빈이 2022. 8. 27.

> 진행에 앞서

개인적으로는 게임에 대한 관심은 이미 초등학교(그때는 국민학교라 불리던) 시절부터 시작된 것 같다. 각종 DOS용 게임들을 매우 좋아했었다. 여기서 나열하자면 너무 많기 때문에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다크사이드 스토리, 창세기전,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포가튼 사가, 악튜러스, 파랜드 택틱스, 영웅전설, 대항해시대, 삼국지, 영걸전, 조조전 등... 생각만해도 아련해지는 그 수많은 게임을 접하면서, 특히 위의 게임 목록을 보면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손노리 게임을 특히나 너무 좋아했다. 그래서 손노리에서 게임 개발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게임잡지도 보면서 이리저리 조사해 보았던 시절이 생각이 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프로그래밍에도 관심을 가지긴 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것이 있을까 싶은 시절도 지내며, 대학에 입학을 하고, 처음에는 뚜렷한 꿈을 정하지 않다가 컴퓨터전공으로 길을 정하며 본격적으로 이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그리고 취업하면서도 어느정도는 연관성을 짓기는 했지만, 게임과는 큰 연관이 없는 일을 하다가 보안 분야에서 일을 하기도 하였지만, 현재는 한국 게임 산업의 한 길을 가고있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렇게 간단한 소회를 시작으로 거창하게 말을 시작한 것은 나의 게임에 대한 관심사를 떠올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아니지만, 나름 한국의 게임사를 경험해온 세대이며, 그래서 한국의 게임에 대해서는 역사를 비롯해 스토리 등 다양한 관심을 갖고 있던 중, 이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바로 '피, 땀, 리셋'은 그 게임에 관한 한 히스토리에 관한 책이다.

 

> 책에 대한 간단한 정보

이 책은 아마존 게임 분야 베스트셀러에 위치한 책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뻔한 이야기가 아니며, 어디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닌 그런 내용이 수록된 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비디오 게임 웹사이트 중 하나인 '코타쿠'에서 일했던 제이슨 슈라이어이기에 이러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인상깊은 부분들

인상적인 서문

이 책의 성격을 서문에서 말하고 있다. 여러가지 특징을 말하는 것 중에 인상적인 부분인데, '이 책은 게임 제작사가 망했을 때 생기는 일을 이야기 한다'는 점이다. 보통은 대놓고 말을 하든 그렇지 않든 성공담에 대해 말한다. 이렇게 해서 누군가는 성공을 했다. 그러니 당신도 성공을 하고싶다면 이 이야기를 참고하라는 뜻으로 많은 이야기를 기록하는 편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좀 다른 관점에서 찾아본 것이 보였다. 특히 여기에 적힌 것처럼 상사가 회사 직원들을 전무 모아놓고 해고를 통보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내용도 본문에 기록되어 있다. 모두가 예감했던 상황이지만, 이것을 어느 한 순간 듣게 되었을 때 망연자실한 상황들을 수차례 이야기 속에서 발견하다보면, 미국이란 사회와 게임업계라는 사회의 콜라보는 엄청나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이러한 이야기를 보러 이 책을 펼치기 시작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때마다 떠올리는 '안나 카레니나' 소설 속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

오히려 성공의 스토리는 어느정도 공식화되어 뻔히 안다면, 불행의 길을 걸어갔던 이들의 스토리는 다채로워서 흥미로웠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안나 카레니나'는 소설이었지만, '피, 땀, 픽셀'은 현실이었다는 사실이다.

 

작지 않은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흐름의 목차

워렌 스펙터의 여정으로부터 시작된 실패의 연속인 게임 역사를 간략하게 표현하듯 목차를 구성하고 있다.

책을 다 읽은 시점에서 이 목차를 보니 다시금 그들의 여정이 떠올랐다.

스펙터의 이야기에 중요했던 에픽 미키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기업중 하나가 디즈니이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인 것이지만, 마블의 회사이기도 하며, 지난 수많은 시간동안 만화를 실사화를 하며 성공시킨 기업이기도 하며, 애초에 여러 만화를 사실적이고 재밌게 그려온 곳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시초가 된 미키마우스는 아주 상징적인 의미이고, 그 기업에서 게임을 저렇게 관심을 가지고 만들려고 시도했다는 사실은 관심을 갖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왜인지 에픽 미키를 잘 몰랐던 나는 이것을 보며 에픽 미키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다. 책 내에서 후술된 에픽 미키2도 궁금하여 찾아보게 되었다. 확실히 느낌이 크게 왔다.

 

38 스튜디오의 이야기 서막
38 스튜디오의 위엄

분명 옛날 회사에 대한 이야기인데, 실존하는 현재 회사의 이야기 처럼 매력적인 회사의 이미지를 묘사하였다. 최고수준의 의료보험과 헬스장 멤버쉽고, 개인 맞춤형 고사양 노트북과 넉넉한 출장비와 무료식사 등.. 이런 내용은 현재 잘나가는 판교의 IT 회사들에 대입해봐도 크게 다르지 않는 느낌이다. 그만큼 매력적인 스튜디오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38 studio가 어떤 곳인지.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현존하는 것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위키피디아에 문서로만 남아있을 뿐.(한글 검색으로 38 스튜디오라고 하면 위키피디아도 없이 아예 다른 결과가 나와버린다.)

38studios 의 역사와도 같은 내용들

 

이 책의 마지막 챕터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끝에 결국 표류자들의 삶으로 묘사하고 있다. 매력적인 커리어로 시작한 많은 사람들의 속해있던 집단들이 몰락을 경험하면서 표류자로 전락하게 되고, 그들의 삶은 이어가야 했기에 어떻게든 다른 형태로 보여지고는 있으나, 마치 뗏목이 바다위에 표류하듯이 흐름에 밀려 원하는 삶을 온전히 살아가지는 못하는 모습을 대부분 보여주고 있다.

정리해고는 그들의 삶에서 반드시 경험하고야 마는 하나 이상의 경험들이며, 그것을 반복적으로 목도한 저자는 그런 상황에서의 해법 중 하나로 '원격 근무의 활성화'를 제시하고 있다. 게임업계는 이 책에서 보여주는 역사처럼 불안정하며, 그것을 해소하기엔 아직 길이 멀어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뒷표지에서는 이 책에서 소재로 사용된 주요 게임의 타이틀을 나열하고 있다.(개인적으로는 이중에선 플레이해본 게임이 없다는 점은 아쉬웠다.) 그들의 흥망성쇠를 경험하는 시간에 항상 존재했던 것은 사람이다. 바로 그 '게임산업 종사자들은 어떻게 미래를 영위할 수 있었을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책에서 언급된 자들은 그렇게 영웅으로 불릴만한 네임드인 자들이 아닌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은 자들도 매우 많이 존재하는데, 그들은 어떻게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그들이 없다면 게임 산업의 한켠을 리셋하고 다시 시작할 수는 있을까. 이름이 유명하지는 않아도, 한 획을 그을만큼 매우 큰 능력이 있지는 않고, 카리스마가 넘쳐나지는 않아도 그들은 모두 영웅이기에, 그들을 위해 게임 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 이 면을 이용하여 의문을 던지고 있다.

 

> 괜찮은 부분

1. 미국 동부 및 서부에서 있었던 게임 회사들과 그 역사를 알 수 있는 흔치 않은 책이다.

정션 포인트 스튜디오, 이래셔널 게임즈, 테이크 투-2K, EA, 38 스튜디오, 빅휴즈게임즈, 더 몰라서스 플러드 등.. 이제껏 너티독, 베데스다 등의 게임 스튜디오만 알았던 나에게 몰랐던 세상을 알게 해 주었다. 존 카멕과 존 로메로 등을 떠올리게 했던 이드 소프트웨어와 같은 네임드 개발자들과 그 소속 회사들만 알아도 게임의 역사를 잘 알고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껏 알던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빙산의 수면 아래에는 우리가 모르고 있는 매우 큰 영역이 존재하는 것 처럼, 이 곳에서도 치열하게 살아왔던 디자이너와 개발자, 디렉터들이 지난 게임의 역사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지금 나의 세상에서도 유명한 몇명의 사람들만으로 역사가 만들어지지 않았듯이, 이들의 세상에서도 많은 일이 있었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는 점은 이 책을 가치있게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한다.

 

2. 성공이 아닌 실패담을 기록하는데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프로젝트의 진행을 위하여 협상하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의 실패로 인해 원치 않은 방향으로 진행하는 과정들 모두 너무 현실적이었다. 에픽 미키를 위해서는 전폭적인 지원으로 정말 잘 만들었으며, 판매량도 괜찮게 나온 반면, 에픽 미키 2 개발을 하면서는 정션포인트의 생존을 위한 다른 개발과 병행하기도 하며, 디즈니 경영진의 압박 등으로 인해 겨우 출시 하면서 에픽 미키 1에 비해서는 초라한 성적을 받는 과정이 보이기도 하였다. 또한 38 스튜디오의 파산과 빅휴즈 게임즈의 폐쇄를 경험하며 수많은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는 과정도 보았다. 이렇듯 실패하는 과정에서 많은 직원의 삶의 터전을 잃기도 하며, BM이 원래 방향과 완전히 다르게 변화되기도 하는 과정이 보였다. 실패담은 유쾌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인 부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성공은 이미 많은 곳에서 듣고 보았기 때문이다.

 

3. 역사를 조명함에 그치지 않고, 현재의 대안을 제시한다.

게임 역사를 중심으로 책을 서술하였기에, 그 당시의 시대상만 나열한다 하여도 부족함이 없을 듯 하다. 하지만, 이 책의 기록 시점을 코로나19 이후의 시대까지 가져옴으로써, 현재 게임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왔는지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크래시오브클랜에서 보여주고 있는 플레이타임을 제한함으로써 BM을 만드는 과정도 보이며, 미국의 쉬운 정리해고와 GDC에서 열린 노동조합 결성 등에 대한 과거도 말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많은 개발자들이 해고되고 산업이 붕괴할 것 같았지만, 비접촉의 시대이기에 원격 근무가 활성화 되면서 해고를 줄이고, 게임도 원활히 출시된 경험들이 있었다. 그래서 현재 이 게임 산업군에 있는 종사자들의 힘든 환경으로 산업이 어려워지지 않도록 원격근무를 활성화 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이러한 마무리로 이끌어가는 흐름이 게임 역사는 아직 진행중임을 말하는 것 같아서,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 아쉬운 부분

1. 이 책에서 언급하는 게임들에 대한 삽화가 충분했으면 좋겠다.

책에는 많은 게임이 나온다. 각 게임들은 유명한 게임들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있으리라고 생각한 탓일까. 별도의 삽화나 사진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각 게임들이 궁금할 때마다 잠시 읽기를 멈추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어떤 게임인지 알아보게 되었다. 또한 각 회사들의 정보도 충분하지 않아 검색이 필요하였다. 이 책을 풍성히 읽기 위해서는 각 정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여러 시각적인 자료들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2. 주요 인물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별도의 지면으로 할애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여기에는 많은 인물이 나온다. 워렌 스펙터로부터 시작하여, 잭 뭄바크, 커트 실링 등 수많은 사람들이 나오는데, 이들이 중심인물인지, 여러 장면들이 전환되며 주인공들이 바뀌기 때문에 알기가 어려웠다 여러번 반복해서 보아야만 알 수 있던 이런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각 장의 시작 부분에서 이 장에서는 주로 누구에 대해서 이야기 할 것이며, 그들은 어떤사람이라는 정보를 사전에 알려주었다면 좀 더 집중하기에 좋았을 것 같다. 특히 영어로 된 이름이라 그런지 한 눈에 바로 익지 않았고, 그래서 이런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 추천 독자

게임회사 종사자, 게임에 관심있는 게이머나 관련자, 게임 관련 일을 꿈으로 하는 학생 등 게임에 관한 어떤 것이든 자신이 조금이라도 관련이 되어있다고 생각하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 개인적인 평점

- 가격: 8 / 10

- 내용: 9 / 10

- 디자인: 7 / 10

- 구성: 6 / 10

 

> 정보

저자: 제이슨 슈라어어

옮긴이: 권혜정

출판사: 한빛미디어

가격: 24,000원

전체 페이지: 451페이지

 

** 한빛미디어 <나는 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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